안녕 가루야
가루가 눈을 감은지도 벌써 9일이 지났다
저번주 토요일,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을 바라보며 (10월에도 다녀갔지만)
어릴 적부터 이 동네에서 계속 살았기에 쭉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변한게 없구나
하고 느끼면서 문득 세상은 그대로인데 우리 가루만 곁에 없네.. 하고 느꼈다
그후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 작은누나와 함께 있는데
어딘가서 아르릉 하면서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가루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래서 누나에게 방금 뭐야?? 라고 했는데, 누나도 똑같은 소리를 들으며
분명한 가루 소리였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그 소리를 못듣고 얘네가 이제 환청을 듣네
라며 말했지만 얼마 있지 않아 엄마 또한 가루의 울음 소리를 들었다
원래 이런 걸 잘 믿지 않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믿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명확하게 가루의 목소리였고 그래서 아 가루가 아직 집에 있구나.. 하고 느꼈다
가루를 보내고(아직 집에 있지만) 우리 남매나 엄마 모두 정말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의 경우는 주변을 더 돌아보고 익숙한 것을 당연시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족의 소중함과 끈끈함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가루는 평생 우리한테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한번도 싫다고 화낸 적도 없고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에게 교훈을 남겨주고 떠난 셈이다
너무나 급하게 가버린 가루를 단 며칠만이라도 품에 더 데리고 있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어느 책에서 읽었듯 고양이는 먼 미래보다 오늘의 행복을 중요시한다는 그 글귀처럼
가루는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하고 편히 쉬는 쪽을 택한걸까..?
지금 드는 생각은 가루가 무척 보고싶고, 만나면 아픔을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고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꼭 우리가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 모두에게 2020년이 다사다난한 해였겠지만, 나에게는 정말로 잊지 못할 한 해일 것이다